
목감천/ 이은택 時論
8월 22일 밤 9시, 도심의 빌딩과 아파트 불빛이 5분간 사라졌다. 2003년 사상 최악의 전력 위기를 계기로 제정된 '에너지의 날'이 올해로 제23회를 맞이했다. 매년 이어지는 5분 소등 행사는 전력 소비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대표적인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일상화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5분간의 불끄기를 넘어선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다. 제23회 에너지의 날을 맞아 우리 사회가 직면한 핵심 과제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AI·데이터 센터 폭증에 따른 전력 수요와 전력망 한계로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센터 등 첨단 산업의 확장으로 전력 수요는 급격히 늘고 있다.
개개인의 자발적 절약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호남 등 남부 지방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수요처로 차질 없이 보낼 수 있는 송배전 망(전력망) 확충과 지능형 전력망(Smart Grid) 구축이 시급하다.
둘째, 상징적 절약에서 구조적 에너지 전환으로 잠시 불을 끄는 행사를 넘어, 에너지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수요 관리의 고도화로 단열 성능을 높이는 그린리모델링 및 에너지 고효율 기기 보급 확대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확대해야한다. 제도적 뒷받침으로는 실시간 전력 요금제 정착 및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실효성 강화해야한다.
셋째, 기후위기 시대의 '정의로운 전환'과 에너지 복지를 위해 매년 경신되는 폭염 속에서 에너지는 단순한 편의가 아닌 생존의 문제이다.
전력 절약을 강조하는 와중에도, 냉방기기조차 가동하기 어려운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 구축이 동반되어야 한다. 폭염에 노출된 이들을 보호하는 '에너지 복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이다.
소등 행사의 5분은 우리가 누리는 전력이 무한하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제23회 에너지의 날이 단발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국가 에너지 구조를 재편하고 제도적 결단을 끌어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